글쓰기 22

[35/100 - 100개의 글쓰기] 비가오면 앞이 안보인다

원래 난시가 있었지만 라섹 수술을 한 후로 더욱 그렇다. 교정시력이 1.0은 되건만 오늘 같은 날씨가 되면 0.5 정도로 내려앉는다. 밤이 되어도 날이 어두워도 앞이 깜깜해지니 자전거 운전마저 무섭다. 그러니 자동차 운전은 특히 무섭다. 가끔 이런게 주인공의 핸디캡처럼 느껴진다. 비가 오면 시력은 떨어지고 청력이나 다른 감각이 극대화되어 전투에서 고난을 넘어 이기는 캐릭터인 것이지. 남편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데, 요즘엔 별의 별 캐릭터가 나오더라. 왕따 학생이 판타지 세계로 가서 빌런이 되질 않나, 작은 몹이 되어서 삼키는 족족 능력을 흡수하지 않나. 상상력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체화되더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 구현이 가능한가 싶다. 요즘 나는 환타지 사극을 쓰고 싶어 미치겠다. 캐릭터를 설정해보고..

[33/100 - 100개의 글쓰기] 지금 죽는다면, 나의 딸들에게

지금 죽는다면,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이길 바라.하지만 그건 막사는 삶이 아니라 네가 진정 원하는 일을 찾고 계획적으로 살면 좋겠다 말하는 대로 되더라 그러니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친구도 그런 친구 만나라. 막다른 골목에 다 달았을 때 마음이 단단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살길을 찾더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단다. 뒤를 돌아보기보다 현재와 미래를 보면서 살아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소중히 대하고 감사하며 살아 아빠가 너희를 아주 많이 사랑해 잊지 말고 잘해드려. 새장 가도 보내드리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한데 반대도 같은 말이야 둘 다 건강하도록 노력해. 잘 먹고 잘살기 바란다. 엄마 책장에 엄마 컬렉션 책들이 있어. 만화책 포..

[32/100 - 100개의 글쓰기] 망원 산책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주변을 산책한다. 만보정도 산책하는데 어떤 날은 홍대까지 걸어 나가기도 한다. 오늘은 일상적으로 집 부근 망원동 산책을 갔다. 급변하는 망원동이라 산책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나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비가와서 그런지 거리가 한산했다. 주말이면 여여 - 남녀 커플들로 거리가 가득인 편이다. 특히나 망원시장 거리는 저 멀리서 보면 검은 머리로 가득해서 입구에 들어서는 것조차 꺼려진다. 이렇게 된 건 육중환이라는 연예인이 이 부근에 살면서 방송 촬영을 하면서부터였다. 그 전에는 주말이어도 한산해서 유모차를 끌고 가 장보기에 적당했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몰리자 생기도는 시장의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곧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면서 오래된 상점들이 하나둘 새로운 가게로 바뀌게 되었다. ..

[11/100 - 100개의 글쓰기] 치킨에 맥주

결혼 전까지 치킨도 맥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맥주도 그 자체보다는 소주와 섞은 쏘맥을 사랑했고, 보드카나 잭콕 같이 증류수가 섞인 술을 좋아했다. 남편은 1일 1 닭이 가능할 정도로 치킨을 좋아한다. 그리고 맥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살면서 닮아간다더니 나도 어느새 치킨과 맥주를 즐기게 되었다. 처음에 치킨 두어조각을 먹고 맥주 500cc도 채 반을 못 마시고 남편에게 넘겨주었는데, 지금은 치킨 반마리는 즐겁게 먹고 맥주도 얼추 다 마신다. 어느 날은 남편이 볼맨 소리로 ‘아니 치맥 안 먹던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한 거예요?’라고 묻더라. 그러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치킨집마다 선호하는 치킨도 생기고 쿠폰도 몇 번을 바꿔 먹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 밤에는 잘 안 먹었는데, 이러한 습관 때문에 살..

[10/100 - 100개의 글쓰기] 짜파게티 취향

나는 짜파게티가 참 좋다. 다른 인스턴트 라면도 좋아하지만 짜파게티가 절대적으로 5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처음 짜파게티를 먹은 게 초등학교 (그래 사실 국민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짜파게티 외에 짜장면이라는 면도 있었다. 둘 다 금액은 90원이어서 100원을 가지고 가면 남은 10원으로 ‘강제로’ 껌을 사 먹어야 했다. 짜파게티를 사 먹던 슈퍼의 긴 머리 언니도 생각난다.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 어릴 때 나는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오롯이 혼자만의 짜파게티는 먹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나 혼자 일찍 하교를 한 날이 있었다. 엄마는 나만의 짜파게티를 끓여 주셨다. 보글보글 면이 끓어 오르고 물을 버리고 수프를 넣고 볶는 과정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자그마한 나무 상..

[8/100 - 100개의 글쓰기] 내 옷의 역사. 유행

이십 대 후반까지 유행과는 먼 거리의 삶을 살았다. 시장통에 쌓여있는 옷더미 속에서도 멋진 옷을 잘 고르던 엄마나 여동생과 다르게 스스로 센스가 없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주목이나 품평은 낯설기 때문이었다. 하나로 묶은 긴 생머리에 마른 몸을 가리기 위한 7부 티셔츠와 카고 팬츠가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 나에게 변화를 준 건 두 개의 사건이었다. 첫번째는 스윙댄스였다. 스윙댄스를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합리는 ‘예쁜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츰 화장을 시작하고 스윙 추기 좋은 옷들로 골라 입기 시작했다. 연보라색에 하늘거리는 미디스커트와 망사로 덧대고 어깨에 공주 뽕이 있던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금색 츠팽글 플랫 슈즈를 기본으로 입고 다녔다. 머리는 반 묶음으로 하기도 하고 돌돌 말아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