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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00 - 100개의 글쓰기] 가을바람을 묻혀왔다.

uchonsuyeon 2019. 9. 17. 13:08

 가을바람을 옷자락에 묻혀왔다. 

 아직 밖의 온도는 여름과 흡사하고 선풍기 없이는 땀이 주룩 흐를 정도다. 여름의 긴 원피스를 꺼내 입고 아이들을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등원시켰다. 알싸하게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잰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원피스를 들어 올리니 원피스에서 낯선 냄새가 퍼졌다. 근래에는 맡아본 적이 없는 가을바람 냄새였다. 

 날선듯 포근한 기운을 품고 있는 냄새다. 그저 가을바람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신선한 바람 냄새가 옷에서 날리 없잖아. 바람 냄새만큼 새하면서 몽환적인 냄새는 없는 것 같다. 바람 냄새를 맡다 보면 정신이 어느덧 다른 세상으로 간 느낌이다. 술에 취한 것과 흡사하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태풍의 바람을 타고 다른 세상으로 간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면 옷이 나부끼듯 내 몸도 나부끼다 다른 세상으로 가지 않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그럴 땐 메리 포핀스처럼 우산을 활짝 펴고 가뿐하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해야지. 배드민턴이 강한 바람을 맞으면 아주 멀리멀리 날아간다. 그 정도는 가벼워야 나도 날아가겠지. 무리구나.

 그저 굿굿하게 땅위에 발을 딛고 바람 따라 생각을 흘려보내는 걸로 즐겁게 가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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