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보강토 + 석벽 쌓기

uchonsuyeon 2020. 4. 20. 09:14

집을 짓기 위해서는 흙을 돋아야 하는데, 흙을 돋고 1년은 지나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흙이 다져지는 시기가 필요하다. 집 짓는 것도 휴지기가 있는 게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전에 일단 칡넝쿨들이 범람하지 않도록 농약을 쳐야 했다. 물론 이런 모든 노력들은 남편이 한다. 나는 그저 차에 몸을 싣고 가서 애들만 돌볼 뿐이다. 남편은 우리를 근처 지평레포츠 공원에 두고 농약을 치러갔다. 코로나로 사람이 많은 곳에는 안 가고 있는데, 이 공원은 참 한가해서 좋더라. 이 넓은 곳에 전체 인원이 10명은 되었던가. 오래간만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농약을 치러간 남편이 전화가 왔다. 흙차를 발견해서 따라갔다 오겠노라고. 땅계약을 한 후로 여기저기 흙을 알아보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위축된 경기 때문에 흙 나오는 곳이 없었다. 두세 군데 흙 주는 사람들에게 연락처만 주고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마침 흙차가 오며 가는 것을 본 남편이 날름 차를 따라가 이야기해서 담당자와 통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쯤 담당자와 통화하고 견적서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흙이 대략 15톤으로 150차는 받아야하는데, 예산보다 200만 원가량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땅 구입 후에 드는 돈은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가는 입장이라, 이제부터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때문에 올 한 해는 경기가 안 좋을 거라는데, 부근에서 흙 받을 가능성을 고민하고 대화하다 결국 흙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석축 견적도 내보았는데 전체 금액이 처음 예산의 두배가 되어 이 또한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보강토와 석축을 같이하면 일단 어느 정도 인건비가 절약된다 하니 석축 쌓기까지 빠르게 결정했다. 석축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도로와 닿는 부분만 쌓기로 했다. 다른 곳은 측량까지 해야 하는데, 집을 짓는다면 측량을 두 번 해야 하므로 그리 결정했다. 

이 모든 건 역시나 남편의 정보력과 노오력으로 진행되었다. 

한 주가 더 흘러 석축을 쌓고 보강토를 넣는다길래 다시 땅으로 왔다. 주인의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남편은 땅 옆에 두 눈을 부라리며 지키고 서있었다. 남편은 인상이 좀 무섭다. 그냥 서있어도 무서웠으리라 생각한다. 

하수로를 만들고 석축을 쌓기위해 안쪽 흙을 긁어다 평평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만 했는데도 땅이 보기 좋아서 신났었다. 칡이 정말 많았는지, 인부들이 한 푸대를 캐갔다고 한다. 하하하... 남편 말이 '칡캐러 온 줄 알았다고'.... 옆에 주말주택 하는 분들이 칡이 너무 날아와서 여름에 너무 고생했다고, 이렇게 땅 정리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하시던데 이해가 갔다. 

원래는 토요일만 좀 보다가려고 했는데, 부근 펜션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우리 남편 참 대단하다. 다 보겠다고 이른 아침부터 작업 끝날 때까지 지키고 있었다. ㅎㅎ 토요일 날씨 좋다고 레포츠 공원에서 한참 놀았는데, 바람은 또 세서 일교차가 심하여 나는 몸살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이런 날이 더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일요일엔 남편이 아침일찍 현장으로 갔다. 우리는 숙소에서 느긋하게 있다가 점심경 나와 현장으로 갔다.  벌써 흙이 한참을 들어오고 석축이 많이 쌓였다. 나는 자주색 꽃을 좋아하지 않아서 석축에 꽃잔디도 철쭉도 심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오전에 남편이 전화가 와서 사람들이 '철쭉을 심고 있어'라는 말에 차갑게 미소가 내렸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꽃은 영산홍이었고 붉은 꽃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지. 그리고 석축도 마구 큰 돌만 있는 게 아니라 큰 돌-> 작은 돌로 예쁘게 올라가고 있어서 마음을 놓았다. 

땅의 변신은 참으로 놀랍다. 이렇게 석축까지 쌓아지니 단정하고 예쁜 땅이 되어가고 있다. 비도오고 몸도 좋지 않아서 현장이 마무리되기 2시간 정도 전에 출발을 했는데, 사진으로 못 찍었지만 상단이 예쁘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비 때문에 월요일 오전, 남편이 반차를 쓰고 현장에 가서 석축 마무리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랫집 주말농장이 고라니가 출몰해서 망을 쳐주기로 한 게 마음에 걸린다 이유도 더해서 말이다.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다. 고라니가 출몰한다!!!! 아 그래서 일대 밭들에 둘레로 망이 설치되어 있던 거구나. 

 

월요일 오전에 찍은 마무리되고 있는 석축!! 

한가지 문제가. 바로 위쪽으로 산과 집들이 있어서 비가 오면 물이 많이 흘러내린다고 하여 예정에 없던 작은 하수로 구를 땅 도입부에 추가로 묻기로 했다. 

하아. 다 빚이로구나. 으하하하.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농막을 갖다두고 주말농장으로 쓰던 할 수 있어서 좋다. 흙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것도 좋고. 다음 주에 마사토로 50cm 정도 더 돋울 예정이다.

참.... 비오기 전에는 흙날릴까봐 물차도 추가금 내고 불러 작업했는데, 안쪽 집에 사는 사람들이 두 명이나 와서 비 오는 날 길이 흙바닥 된다고 삿대질에 소리 지르고 갔다. 서울 사람 입장에서 너무 삭막해서 남편과 나 둘 다 오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별의별 저주의 말도 마음속으로 삭혔다. 다음 날 공사현장 사장님이 이 정도면 심한 거 아니라고 하는데 다행인 건가. ㅎㅎ 남편도 가만 생각해보니 고향 시골분들이 외지인들 대하는 말투가 그렇다고 마음을 잘 넘기는 듯싶다. 나는 잘 진행되는지 조마조마하는 마음에 잿물이 뿌려져서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지적할만한 부분이긴 해서 시간이 지나면 나의 마음도 나아지리라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던 레벨 2로 업그레이드된 기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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