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24/100 - 100개의 글쓰기] 귀농 말고 귀촌

uchonsuyeon 2019. 7. 13. 11:27

 회사 다닐 때 최대의 꿈은 바로 ‘귀촌’이었다. 원래는 귀농이라고 말했는데, 농사를 지을 건 아니니까 귀촌이다. 그래서 땅도 많이 보러 다녔다. 목표지는 양평의 지평면 쪽이다. 혁신 초중고가 있다는 것과 ktx가 연결되었다는 큰 매리트가 있다. 이런 이점은 우리만 아는 게 아니라서 제법 인기 많은 귀촌지이다. 그래서 비싸다. 역 부근은 평당 100만 원가량하고 역에서 1~5km 해당하는 지역도 80만 원가량은 된다. 열심히 부동산 앱으로도 여전히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땅을 하나 계약할 뻔도 했다. 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남편이 사고 싶어 했던 첫 땅이었다. 일주일 정도 고민해보자며 뒤로 하고 서울로 왔다. 

 그런데 일이 생겨버렸다. 당시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집이 팔려버린 것이다. 부근에 전세로 사시던 분이 오르는 전세값에 결국 집을 구매하게 되셨다. 그래서 우리는 졸지에 이사를 가야 되어 땅 구입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전에도 동네 산책을 하며 신축분양이나 집 구경은 실컷 했었지만, 이제 정말 살집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녀야 했었다. 전세로 가려고 했지만 전세가 대출이 더 어렵다. 우리는 부부 수입이 애매해서 나라 지원 혜택을 받을 길도 없었다. 그러다 찾아온 현재의 집은 오며 가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집이다. 동남향에 팰로티 주차장이 있는 곳의 2층이었다. 집 구입이 대출도 더 쉽다 보니 그리 결정하게 되었다. 흙 없는 도시의 집이라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 있었다. 그래도 내 집이라는 안정감 때문인지 귀촌에 대한 열망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1층 주차장 밖에 작은 텃밭을 만들고 옥상에 물풀장을 만들면서 부족한 부분이 조금씩 해소되었다. 

 회사가 아닌 백수가 되고 나니 또다른 변화가 왔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너무나 서울이 싫었는데, 막상 회사 밖에서 보니 과연 내가 서울 밖에서 살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안정감 있게 잘 다니고 있고, 필요한 것은 바로 앞에만 나가도 살 수 있다. 정기배송이라던가 급 배송이라던가 물건 구입도 편하다. 치안문제도 안전하고 말이다. 과연 이런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정착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남편은 계속 귀촌에 대한 열망을 안고 산다. 나도 그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힘든 회사생활에서 푸르른 들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땅을 보러 주말에만 다녀와도 마음의 안정을 받았었다. 

 당장은 모르겠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부부의 소원은 ‘흙파먹는 아이 이들로 키우는 것’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엄마가 혜원(김태리 분)에게 ‘나는 너를 여기에 심은 거야’라는 대사처럼 우리도 아이들이 시골에 심어져 잘 크길 바란다. 뭐 먹고살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차근이 준비하다 보면 뭔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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