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어린이 놀이장 개장인가요 ㅎㅎ

uchonsuyeon 2020. 7. 21. 15:14

여름마다 옥상에 설치해두던 몰놀이장을 양평으로 가져왔다. 더불어 주문해두었던 야외용 테이블도 도착해서 남편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 그리고 거실을 한가득 차지해서 괴롭히던 리락쿠마 미끄럼틀+그네 세트로 데려왔기 때문에, 시원한 이른 아침이었건만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수고스럽게 열 일했다. 

부지런하니 이쁘다 남편님. 

이 날은 형님에 부부와 두 조카가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오후에 오기로 되어 있어서 그 전까지 좀 정리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ㅎㅎ 농막 안을 정리하려고 철제 선반도 급하게 사다가 지저분한 부분을 정리했다. 그리고 남편이 나 몰래... 사지 말라고 말한 책장을 사 와한 구석을 정리했다. 나쁘다아아아아. 

원래는 야외 테이블로 아래링크의 코나 테이블 세트를 가져올 심산이었다. 푸른 잔디 위에 있는 핑크 한 녀석들이 정말 예뻐서 홀딱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예산보다 비싼 건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사려고 했건만, 몇 주간 거듭된 남편의 요구에 저 흉물스러운(?) 녀석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이미 남편에게도 경고했듯이 언젠가 곧 핑크 핑크 하게 색칠해줄 테다. 음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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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로만 가득 채우던 수영장에 지하수를 넣었더니 오후가 되도록 물이 차가워서 아이들은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이 곳에 가면 대낮에 족욕하는 통 한가득 지하수를 담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쉬는데, 시원한 바람에 솔솔 잠을 들라치면 아이들이 엄마를 불러재껴서 쉬기가 쉽지 않았다. 오전 내내 수고한 남편은 에어컨이 가동되는 농막 안에서 아이들을 나에게 온전히 맡긴 채 잠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의 부름을 참다 참다 '아빠 부르렴'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모르쇠 하면서 멍을 때렸다. 아이들은 아빠를 고래고래 찾으며 낮잠을 방해했고 결국 아빠는 불려 나와 육아에 합세했다. 으하하하 남편은 아이들이 부른 이유를 모를 것이여. 으하하하하하 

남편이 잠시 물건을 사러 간사이에, 둘째 아이가 미끄럼틀을 수영장 안으로 넣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둘째가 뭘 그리 요구하는 편도 아니고 그 요구하는 표정이 무척 간절하기 때문에 안 들어주기가 어렵다. 참고로 첫째는 수시로 엄마를 불러재낀다. 힝. 

처음 조립하자마자 물에 넣었다나 부유하는 까닭에 도로 빼두었던 걸 다시 넣었더니 역시나 앞의 미끄럼 부분이 퍼져서 서핑보드처럼 되었다. 고심 끝에 굴러다니는 노끈을 가져다 수영장 봉에 묶어줬더니 아이들도 즐거워하며 신나는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오후가 되어 형님네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 시간 즈음이 많이 막히는 시간인 것 같다. 주말마다 몇 시엔 막히고 뚫리는지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양평에서 일요일은 오전 11시 이전에 출발해야 안 막힌다. 요즘엔 특히나 바이크를 탄 동호회와 자전거 동호회가 많다. 물론 차 타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형님네를 위해 야심작, 양꼬치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작부터 남편은 3시간이나 걸려 닭을 굽고 있었다. 비어캔 치킨을 표방한 그냥 굽기랄까. 저온숙성인가. 아무튼 남편이 굽는 와중에 왜 맥주는 안 넣느냐는 말에 그릴의 뚜껑을 열고 안에 누워있는 닭을 쳐들어 똥꼬에 먹던 맥주를 콸콸 쏟아붓더라. 형님네가 도착하고도 1시간은 더 익힌 후에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외로 겉바속촉 한 닭고기에 모두 놀랐다. 와우 이런 게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건가. 아니면 원래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인 걸까. 양꼬치와 견주어도 될 정도의 맛이었다. 남편은 예의 상하는 말인 줄 알던데, 진짜 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이어져 나온 양꼬치에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두세 번 바다가 먹는 모습에 너무나 흐뭇했다. 특히나 입맛 까다로운 큰 조카가가 정말 열심히 먹어줘서 뿌듯했다. 

술까지 곁들여서 즐거운 파티를 마무리하고 6평도 안 되는 작은 농막에 복닥거리며 하룻밤을 보냈다. 옛날 어릴 적에 살던 단칸방이 생각났다. 좁은 곳에서 푸닥거리니까 심리적 바운더리가 없어서 좋았다. 아이들은 작은 방 안에서 노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다음 날은 오전 10시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아침일찍부터 비가 왔다. 이곳에만 오면 새벽같이 일어나는 남편이 분주하게 이것저것을 천막 안으로 끌어놓고 있었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비소리를 들을 생각에 밖으로 나가보니 어의가 없는 일이, 다른건 다 천막안으로 넣어놓고 빨래대는 왜 안넣놓는 것인지..... 하여 빨래들이 축축하게 젖은 그대로였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화나 가진 않고 남편에게 핀잔 거리를 줄 수 있어서 재밌다. 으흐흐흐흐흐 

 

다들 비도 피하고 라면도 끓여먹는다고 안에서 복작거리고 있는데 나는 여유롭게 커피믹스 한잔을 들고 천막 밑에 앉아 빗소리 구경을 한참 했다. 서울 집은 베란다 확장형이라 찬문을 열면 비가 세차게 들어온다. 더군다나 창문 옆에 콘센트가 있기 때문에 절대 문을 열면 안 된다. 그래서 늘 아쉬웠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주말마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왜 늘 항상 <나중에>라는 말을 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미뤄왔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를 소비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옳지만 현재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삶이 있다면 내 한 몸 바쳐 최선을 다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땅을 구입한 돈으로 투자를 하고 집을 한 채 더 구입한다면 더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원하는 삶을 더더더더더 미래에나 즐길 수 있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다. 그리고 분명 미래에 부자가 된다고 해도 그걸 놓기 싫어서 버리고 지방으로 가는 결정은 현재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지인 중 누군가의 좌우명이었던 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라는 의미를 이제는 조금 알듯도 하다. 

일요일 오후에 비가 많이 올 거라는 말에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농막에서 나왔다. 
이번 주 물놀이장은 폐장. 다음 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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