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디딤석 쌓기(3) - 입구 마무리

uchonsuyeon 2020. 7. 6. 07:37

 

남편님은 농막 뒤쪽이 높은지라 날씨가 선선한 저녁-아침에 열심히 삽질을 해서 수평을 맞추었다. 들어와서 쉬라 고해도 시원한 바람이 불 때 해야 한다고 열심히 삽질을 하더라. 남편의 일이 끝난 즈음 일어나 나의 작업분을 하러 나갔다. 삽질이 필요했는데, 남편은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자기는 구경하겠단다. 흙을 퍼내고 맞춰 올려둔 잔디에 물을 뿌리며 나의 삽질을 구경하더라.
- 와. 이것은 진정한 삽질이네

그래. 남편의 말이 맞다. 남편의 화려한 삽질력과 다르게 나는 삽질스러운 삽질을 해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게 내 땅이 빈약한 걸 어쩌란 말인가. 이게 다 측량안하고 흙퍼다 놓은 남편 탓이리라. 흥흥.

 

 

이만큼 수평을 맞춰 채우겠다는 욕심은 삽질스러운 삽질로 몇달로도 어림없음을 알고 남편 말대로 적당히 완곡선을 맞추어 정리하기로 했다. 

 

 

 

큰 따님이 나의 작업 광경을 찍어주었다. 모자이크 필요없는 샷을 잘도 찍는구나. 으하하하하하 

 

 

 

 

남편에게 흙이 모자란 중간부분만 좀 넣어달라고 말로 꼬신 후 알차게 부려먹었다. 으하하하 멋진 남편. 이렇게 그럭저럭 완곡선으로 작업했는데, 기준 선이 옆으로 뉘어지면서 상당히 라인이 이상해졌다. 이미 한참 작업한 뒤라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지었다. 디딤석까지 놓고 고라니 망까지 했는데, 그건 사진 찍는 걸 깜빡했네. 다음에 찍어서 덧붙여야지. 

토요일 오전 11시가 되기도 전에 일이 끝났다. 하아. 이제 자유인건가? 12시경 친구가 놀러 왔다. 6개월 된 아가를 데리고 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빼고 다 건강한 느낌? 늦둥이를 낳은 친구는 애 낳은 지 3년이 넘어가는 나보다 배가 날씬하다. 그래도 주말마다 막노동을 한 까닭에 나도 나름 건강해지면서 날렵해지고 있다. 살이 빠진 다기보다 근육이 조금 붙는 느낌!! 

 

 

이것은 남편이 삽질하고 잔디 메워둔 흔적. 계단이 생길정도의 높이가 사라지고 평탄해졌다. ㅎㅎ 

친구도 왔고 큰일은 끝낸지라 점심 이후부터는 놀았다!!!! 드디어!! 사실 놀았다기보다 그냥 늘어져있었지만.

아직 에어컨이 없는지라 한낮에 이렇게 물을 길어다 발을 담궜다. 지하수라 엄청 시려서 담갔다 뺐다를 반복했다. 아이들이 이런 것만 보면 맨발로 밭을 노닐다가 발을 디민다. 몇 번이나 흙탕물이 되게 만들었지만, 짜증은 안 난다. 밭에 오면 마음이 혜자스러워지는 기분. 

 

 

저녁놀이 예쁘게 물들었다. 뒷집은 온가족이 모였는지 몇 개나 되는 차가 오고 다 같이 모여 파티를 하더라. 부럽다. 우리는 언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을까? 다음 주? 콜! 

이번 주는 금요일에 가서 2박 3일을 보내다 왔는데, 너무 너무 좋았다. 저녁엔 에어컨이 필요 없이 무척 시원해서 창문을 닫고 자야 할 정도였고 파란 하늘에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아이들도 이곳에서 더 머무르고 싶다고 조르고, 이곳으로 이주해도 잘 살 것 같다.
잡초를 잘 뽑는 나를 보며 남편은 대견해했다. 후후.. 여자들이 모공에서 피지를 뽑으며 만족감을 느끼는 걸 모르는구나. 피지 뽑아내듯 여드름 짜내듯 잡초를 뽑아내면 기분이가 막 좋지. 

아마 이번주 부터는 금요일에 일찍 가서 놀 것 같다. 벌써 기대가 무럭무럭.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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