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참새의 모래 샤워, 그리고 수레국화는 내 꽃밭 밖으로

uchonsuyeon 유천수연 2021. 6. 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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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구멍이 있다고 하는 말에 잡초를 뽑다 말고 들여다보았다. 개미구멍이겠지 했건만 두더지라도 다녀갔나 싶은 크기다. 남편이 이게 뭔가 하면서 고민했다는데, 어느 날 보니 참새들이 와서 모래에 몸을 비비고 가더란다. 예전 다큐에서 새들이 모래에서 샤워, 목욕을 하면서 몸에 있는 벌레들을 털어낸다고 했다. 우리 땅의 흙이 마사토라 참새들의 목욕터가 되었나 보다. 선녀탕 같네. 참새탕? ㅎㅎ

그리고 삼각형 텃밭의 수레국화는 다 뽑아내었다. 그리고 옆 땅에 잘 심었다. 옆 땅은 꽃땅으로! 아기자기하게 심어둔 나의 꽃들이 수레국화에 덮여 모양도 엉그러지고 햇볕도 못 받으며, 전체적인 균형도 엉망이라 뽑아냈다. 뽑아내고 나니 이리 시원하고 예쁜걸. 그리고 빈자리에 작은 꽃들을 사다 심었다. 노지 월동되는 다년생으로. 식물원 주인이 그러는데, 작년이 너무 추워서 다른 사람들도 노지 월동되는 애들도 많이 죽었단다. 나의 사계장미가 작은 이유도, 가시 바늘꽃들이 죽은 이유도 그래서인가 보다. 남천도. 1년도 안되었으니 그런 추위에 죽었다 보다. 처음엔 작은 풀 한 포기도 곱고 좋더구먼, 징글징글한 잡초와 나의 최애 꽃으로 나뉘게 되었다. 전자는 당연히 가차 없이 버린다. 아무리 최대 꽃이어도 안 어울리면 뽑아버리던데, 나는 그러기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만, 죽을 걸 각오로 식물의 위치를 바꾸는 정도다.


6월 말이 되니, 벌써 바닥이 난 열매도 있고, 이렇게 엄청나게 열린 열매도 있다. 올해 복분자는 풍년이다. 술담궈야지. 에헴

올 초 애호박 대란 (개당 4천원)을 겪으며 애호박을 심었는데, 6월 중순부터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크다. 비닐에 안 씌운 너는 노지 애호박으로써 무지 크구나. 뭔가 엄청나는구나. 오이들도 벌써 익 은애들이 다수다. 노각도 아니고. 노랗긴 하지만 껍데기 빼고 맛은 같다. 오이 참 좋아. 원주민 이모님(동네 공통 명칭)이 비타민 고추를 따다 주셨는데 살짝 매콤하면서 맛있다. 가지 고추와 교차해서 먹으면 좋다. 가지고 추는 수더분한 애라 톡톡 거리는 비타민 고추랑 어울린다. 이건 내 생각. 우리가 이주할 가능성이 아주 높음을 시사하자, 이모님이 밭일에 대해 조언을 좀 더 해주시고 이것저것 주신다. 좋다. 원래 좋은 분이고 화통하셔서 좋은데, 대화를 나눌수록 좋은 분 같다. 존경할만한 어른이 한 분 더 늘었다.

작년에 심었던 씨앗에서 이제서야 자라는 당근인데, 호기심 대왕인 큰 아이가 뽑아버렸다. 작은데 당근이긴 하다. 미니어처 요리 유튜브에서 사용하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대추 방울토마토와 일반 토마토도 열리고 있는데, 빨갛게 변해가건만 아직 맛은 별로다. 작년에도 대추 토마토 심었던 거 같은데,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 올해는 좀 제대로 크나보다. 흑토 마토의 잎모양이 어둡고 감기는 모양새라 옆에 있는 애호박이 기를 다 빨아먹었나 했다. 알고 보니 흑토마토. 이 녀석 색 변하는 것도 무척 궁금하다.

흑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

감자꽃은 처음 봤다. 어지간히 급했는지 늦게 자라나는 감자들이 꽃을 틔웠다. 아랫 땅은 감자를 벌써 수확하던데, 우리는 뭔가 다 늦고 모지라다. 수박에서도 꽃이 두 송이 피었는데, 올 해 적어도 두 통의 수박을 수확하리라 기대한다. 정말 기대하고 있으니 꼭 먹을 수 있길 바라본다. 몇 뿌리의 수박이 잎도 제대로 못 내고 갔는지 모르겠다.

방울양배추도 잘 크고 있다. 줄기 사이에서 자라나는 것같다. 남편 말에 따르면, 옆구리에서 양배추 난다고. ㅋㅋ 농사 오래 지은 분들도 신품종을 모를 수도 있는 것 같다. 아랫집에 남은 방울 양배추 모종을 드렸는데, 잎이 벌레를 많이 먹어서인지 다시 뽑아내셨더라. 음. 방울 양배추는 옆구리에서 나오는데. ㅎㅎ 그리고 다른 한분은 보자마자 케일이냐고 물으시고 ㅎㅎ 

신품종을 키우면 농사계의 얼리어답터가 되는 것인가? ㅎㅎ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고, 요즘은 비가 그리 와서 배가 되었다. 작물보다 잘자란다. 잡초를 뽑으면 끌려 나오는 굼벵이를 모른 척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도 추가되었다. 참, 둘째용 딸기밭도 영업을 종료했다. 내년엔 좀 체계적으로 키워서 큰 딸기를 먹여보자! 

햇볕이 강한 시간에 밭에 앉아 더위를 느끼며 벌레를 잡거나 잡초를 뽑는 편이다. 그러고나면 활력이 생긴다. 팔다리가 좀 타고 기미도 올리오지만, 나이에 걸맞은 상태가 되는 기분이다. 그리고 농촌 아낙이 되어가는 것도 같고. 도시에서 그리 시간을 보낸다면 땀과 기운이 빠진다. 시골이라 그렇다. 받는 기운과 뽑아가는 기운이 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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