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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0 - 100개의 글쓰기] 곤도 마리에, 정리를 부탁해

uchonsuyeon 2019. 6. 25. 12:33

넷플릭스가 유행되면서 화제가 되는 사람이 하나 있다. 곤도 마리에. 정리가 필요한 시청자의 집에 방문해서 정리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프로그램들은 정리 전문가가 나와서 직접 집을 정리하면서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곤도 마리에는 약간의 팁만 알려줄 뿐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당혹스러웠다. 팁을 보면서 집 정리를 배울까 하는 생각이 어긋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곤도 마리에가 알려주는 팁의 주요 포인트는 집 자체가 아니라 <사람 자체>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집을 깨끗이 비운들 그 집주인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것이기에, 콘도 마리에는 집주인을 바꿔 정리가 유지되는 집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곤도 마리에 

콘도 마리에는

집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마리에는 집에 들어서면 집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손을 맞대며 집이 가족에게 평안을 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이상했다. 그러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집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생각했다. 집은 이렇게 편안히 누워서 안전하게 잘 수 있는 쉼터이다. 더위와 추위로 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없다. 고마운 이 존재를 나는 어떻게 대했던가. 저절로 반성되었다.

집의 상황에 대해 살핀다.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어떤 부분을 정리해야하는지 지적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아끼고 사랑했던 물건들을 버리기 힘들어한다. 기념품일 수도 있고 옷일 수도 있고 신발일 수도 있다. 지나간 추억들을 어떻게 쌓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집의 상황은 곧 집주인의 심리 상황이기도 하다. 그 본질적인 상태를 들여다본다. 

그동안 함께 해주었던 물건에게 감사한다. 
이제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할 시간이다. 한때 소중한 추억이었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물건과 감사인사를 나누고 작별한다. 초등학교때(사실 국민학교 때) 아끼고 아꼈던 빨간 책가방이 생각났다. 나는 그 물건과 이별하기 어려웠다. 가방을 버리는 순간까지 갈등하다가 버릴 때 가방과 작별인사를 했던 게 떠올랐다. 물건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면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게 어려워진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이별을 하지 않을 물건을 고르게 되니 신중해지고 어려워진다. 

물건을 바로 찾아 볼 수 있도록 정리한다.
나는 빨래 개는걸 무척 싫어했다. 그런데 콘도 마리에의 정리법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물건 하나하나에 애정을 주게 되니 그 물건을 곱고 예쁘게 정리하는 게 그 물건에 대한 감사 표시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설거지도 빨래 개는 것도 정성을 다한다. 시간을 많이 사용하는 게 한 가지 흠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콘도 마리에는 물건을 수납하거나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소소한 팁들을 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찾아 볼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팁들은 출간된 책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게 낫다. 빨개 개는 법과 서류 정리하는 법 등이 있다. 

정리된 집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가족과 헤어진다
이윽고 몇주의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은 가벼워진 집안을 보여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단순히 집이 정리된 것이 아니라 이들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도 최대한 그 상태를 유지하리라.

몇 개의 집 정리를 보면서 초반에는 실망했지만, 차츰 집주인과 같은 마음이 되었다. 그들이 콘도 마리에와 헤어질 때 보여준 미소는 아마도 집의 짐이 정리된 것보다 마음의 짐이 정리되어 행복했던 게 아닐까 한다. 그토록 싫어하던 빨래 개는 걸 즐겁게 하는 나를 보면 그렇다. 싫어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가까이해야 한 다는 것,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그렇다고 바지런하게 늘 깨끗하게 정돈하고 유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막상 해야 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가 적기에 부담이 적고 일상처럼 차분히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콘도 마리에 ~!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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