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생활 life

[8/100 - 100개의 글쓰기] 내 옷의 역사. 유행

유천수연 2019. 6. 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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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십 대 후반까지 유행과는 먼 거리의 삶을 살았다. 시장통에 쌓여있는 옷더미 속에서도 멋진 옷을 잘 고르던 엄마나 여동생과 다르게 스스로 센스가 없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주목이나 품평은 낯설기 때문이었다. 하나로 묶은 긴 생머리에 마른 몸을 가리기 위한 7부 티셔츠와 카고 팬츠가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 나에게 변화를 준 건 두 개의 사건이었다. 

 첫번째는 스윙댄스였다.
 스윙댄스를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합리는 ‘예쁜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츰 화장을 시작하고 스윙 추기 좋은 옷들로 골라 입기 시작했다. 연보라색에 하늘거리는 미디스커트와 망사로 덧대고 어깨에 공주 뽕이 있던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금색 츠팽글 플랫 슈즈를 기본으로 입고 다녔다. 머리는 반 묶음으로 하기도 하고 돌돌 말아 똥머리에 머리띠를 했다. 이때 몸무게가 늘 45kg 이어서 어떤 옷을 사더라도 잘 맞던 기억이 난다. 부평 지하상가가 그랬다. 조금 살찌고 나서 다시 찾은 그곳에서 맞는 옷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 

 두번째는 압구정에 위치한 회사다.
 압구정에 위치한 회사로 이직하면서 스타일의 대변동이 일었다. 회사 사람들도 그 주변 사람들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들이 많았다. 옷가게 천지이고 옷 사는 게 두려움 없는 회사 동료들로 인해 나도 차츰 영향을 받았다. 집으로부터 두 시간 거리의 회사를 다니면서도 킬힐을 신고 정장 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었다. 주로 입던 옷들은 a라인이나 h라인의 미니 드레스로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패턴의 옷을 선호했다. 차후 회사가 영등포로 이사하면서 좀 더 편하면서 여성스러운 복장을 주로 입었다. 이때 탱고 댄스를 시작했다. 힐만 신는 춤이기 때문에 반대로 플랫슈즈나 운동화를 신고 그에 맞춰 옷을 차려입었다. 

 이 두 가지의 시기에 하던 일은 아바타디자인이였다. 그래서 최신 잡지를 여러 권 구독해 보았다. 패션들을 아바타 의상에 적용시키기 때문에 그로부터의 자극도 많았다. 그 후에 캐릭터 디자이너로 전업(?)하면서 다시 작은 변환점을 맞았다. 새로 다니게 된 회사는 아동복 회사의 캐릭터 디자이너여서 더 이상 성인 패션잡지를 보지 않았다. 대신에 아동 패션쇼나 비슷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다행히 그간 여러 경험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았고 캐주얼한 복장이든 화려한 복장이든 제약이 없는 회사라 그저 편하게 가끔은 화려하게 입고 다녔다.  장소와 환경 그리고 직업에 따라 이렇게 여러 가지로 패션의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그라데이션 노랑으로 탈색을 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변화가 필요하기도 했고, 그러데이션 탈색이 하고 싶어 그리했다. 사실 현재 머리는 염색을 한 후 한참을 내버려둔 것 같은 잘못된 그러데이션 탈색이지만, 그 자체로도 만족한다. 아이들 픽업 외엔 외출할 겨를이 없어서 유행이고 뭐고 잠시 잠깐의 외출에 아무렇게 입고 나설 때가 많다. 최근의 읽은 미즈노 마나부의 <센스의 재발견>에서 저자는 센스를 키우기 위해 ‘여성 잡지를 읽어라’라고 한다. 아이들 병원 데려가서 본 여성잡지가 문득 떠올랐다. 내가 얼마나 오래도록 잡지를 안 읽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되고 회사를 나왔지만 나는 여전히 디자이너다. 다시 잡지를 찾아봐야겠다. 아직 나의 패션과 디자이너의 역사는 진행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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