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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 - 100개의 글쓰기] 짜파게티 취향

uchonsuyeon 2019. 6. 28. 18:56

  나는 짜파게티가 참 좋다.  다른 인스턴트 라면도 좋아하지만 짜파게티가 절대적으로 5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처음 짜파게티를 먹은 게 초등학교 (그래 사실 국민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짜파게티 외에 짜장면이라는 면도 있었다. 둘 다 금액은 90원이어서 100원을 가지고 가면 남은 10원으로 ‘강제로’ 껌을 사 먹어야 했다. 짜파게티를 사 먹던 슈퍼의 긴 머리 언니도 생각난다.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

2018년 2월 1일에 그렸던 짜파게티와 깍두기

 어릴 때 나는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오롯이 혼자만의 짜파게티는 먹어 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나 혼자 일찍 하교를 한 날이 있었다. 엄마는 나만의 짜파게티를 끓여 주셨다. 보글보글 면이 끓어 오르고 물을 버리고 수프를 넣고 볶는 과정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자그마한 나무 상위에 국물이 자글자글한 짜파게티가 올라왔다.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쏟아지는 빛과 함께 동생이 들어왔다. 나는 애써 그 상황을 모른 척 그릇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었다. 엄마는 뻔한 내 속을 아시기에 면박을 주시고는 동생을 위해 짜파게티를 하나 더 끓여 주셨다. 그 기억은 족히 20년은 넘는데도 아직도 잘 기억난다. 나로서 부끄러운 기억이었고, 누군가에게 음식을 챙기는 버릇은 여기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생활하면서 느낀 건데, 풍족하게 살아온 사람과 아닌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이렇게 티가 난다. 
 나는 짜파게티를 먹을때는 꼭 깍두기나 무생채 김치류를 곁들여 먹는다. 먹다 보면 올라오는 느끼함을 무가 잡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인스턴트 면을 끓일 때면 살짝 덜 익은 상태에서 불을 끈다. 그릇에 옮기고 준비하면서 조금 더 익기 때문에 나처럼 불어 버린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좋은 방법이다. 

 짜장면과 짜파게티에 대해 어떤 게 좋은가 고민해 본적이 있다. 어렸을 적에 짜장면은 입학을 하거나 졸업을 할 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짜파게티가 있는 게 감사했다. 그런데 커서 짜장면을 자주 사 먹을 수 있는 지금도, 짜파게티를 더 선호하는 걸 보면서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짜장면은 요리사의 손을 많이 타서, 역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고 일정한 맛을 볼 수 있으며 여러 개 사서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어서 짜파게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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