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16/100 - 100개의 글쓰기] 어제 사둔 찐 옥수수

uchonsuyeon 2019. 7. 5. 14:35

  
  큰 아이가 좋아하는 유아 프로그램이 있어 다녀왔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외국어야 놀자>라는 강좌다. 외국어 음악을 틀어놓고 이런저런 놀이를 한다. 처음에는 너무 어린아이들에 외국어를 가르치는가 싶어 거부감을 갖았는데, 그냥 재미나게 놀아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나는 좀 힘들다. 땀을 뻘뻘 흘리며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언덕 위 동사무소 자치센터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매주 엄마의 체력과 인내심 실험된다. 그곳은 주차비가 너무 비싸서 차를 가지고 갈 엄두가 안 난다. 10분에 천 원이다. 물론 초보운전자라 더 그렇다.
 큰 아이 나이대의 수업이지만, 둘째 아이도 좋은지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닌다. 선생님도 괜찮다 하시니 나는 구석에 앉아 방관하다 가끔 둘째를 불러와 유튜브를 보여줄 뿐이다. 처음에는 큰 아이가 적응을 못해 같이 활동하고 놀았다.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화장실도 데려다주고 보조교사같이 활동했다. 하지만 오늘 같이 수면부족으로 힘들고 큰 아이가 잘 지내는 날이면 구석에 앉아만 있다. 이윽고 수업이 끝나 드디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올라갈 때와 다르게 언덕의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왔다. 아이들이 신나하며 '꺄르륵' 웃어 재낄때는 더운 것도 힘든 것도 모르게 나도 즐겁다. 
 아무리 시원해도 바람이 불어도 더운 날씨나 그냥 집으로 갈까 했다. 저녁 먹일 반찬생각을 하다 보니 몸이 알아서 시장 반찬가게로 향했다. 유모차가 있으면 유모차에 이것저것 실을 수 있어 좋다. 무거운 과일과 반찬들을 사고 남편이 못 먹게 하는 식혜를 샀다.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었다. 그리고 식혜 옆의 옥수수가 눈에 띄었다. 2,000원에 2개를 판다기에 현금 2천 원을 지불하고 모든 짐을 유모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사실 얼마전부터 옥수수가 먹고 싶었다. 둘째도 제법 잘 먹어서 꼭 사 와야지 했던 음식이다. 생옥수수를 사다 쪄먹은 적도 있지만, 껍데기부터 정리하기가 여간 귀찮아서, 가볍게 이천 원에 살 수 있는 옥수수가 좋다. 먹어야지 생각하다 아무래도 못 먹겠지 생각하다 잊어버렸다. 

 하루가 지나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는 길에 큰 마트에서 장을 봤다. 무겁게 들고 계단을 오르다 불현듯 어제 사둔 옥수수가 생각났다. '아~ 쉬었겠구나'를 생각하며 부엌 탁자위로 향했다. 그곳에 어제의 찐 옥수수가 그대로 있었다. 감싸있는 비닐을 뜯어 냄새를 맡았다. 괜찮다는 생각에 한입 베어 물었다. 맛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식혜를 꺼내 들고 옥수수를 먹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내줄 때 큰 걸 골라주셨는데, 하나의 옥수수가 참으로 크고 맛있었다. 식혜도 얼추 혼자 다 먹고 나니 배가 가득 찼다. 
 그리고 남편과 잡다한 낮통화를 하다 옥수수 얘기가 나왔다. 남편은 7월의 오늘 같은 날씨에 식중독이 많이 생긴다며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 말 때문인지 서서히 배가 더부륵 하고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5월은 한 달 내내 아팠었다. 장염이 심하게 와서 낮아진 체력과 함께 한 달을 내내 아프게 했다. 불쑥 두려움이 몰려온다. 다시 아파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그저 화장실 몇 번 다녀오는 걸로 끝나면 좋겠다. 아니 아니 가장 좋은 것은 내 장이 소화를 잘해서 건강하게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냉장고에 하나 남은 옥수수는 아깝지만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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