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17/100 - 100개의 글쓰기] 세 번째 운전

uchonsuyeon 2019. 7. 6. 16:45

 운전면허는 벌써 5년 전에 따두었지만, 자차가 없어서 운전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차를 사고 운전을 해보라고 했나 보다. 장롱면허로 5년이 벌써 지나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보니 차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나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 등원을 시킬 때가 그렇다. 다행히 결심은 쉽고 시작도 쉬워서 소개 받은 개인 운전강사에게 연수를 받았다. 10번 강습을 받기로 했고, 운전면허 연수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이라 좋았다. 더군다나 여성 운전수가 가르쳐 준다니 좀 더 마음이 놓였다. 

 과연 2주간 10시간의 연수만으로 운전을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강사분은 8시간만에 강습 완료하고 2시간 환불해준 적도 있다며 걱정 말라고 호연 장담했다. 그리고 정말 10시간의 연수가 끝나자 혼자 운전도 가능해졌다. 연수가 끝나고 바로 그 다음주 부터 슬슬 운전을 시작했다.

 첫번째 운전은 같이 일하는 분 사무실 방문이었다. 가산 디지털단지까지의 주행이었다. 운전하기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운전하노라고 알렸다. 혹시나 있을 만일의 사태를 위해서다. 중간에 빠져나갈 곳을 몰라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자주 가던 길이였어서 다행히 약속 장소에 잘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의 주차는 강사님의 가르침대로 했더니 한 번에 성공했다. 다만 옆 차와 거리를 배려하다 왼쪽 사이드미러를 해 먹을 뻔했다. 큰 문제는 돌아와서 발생했다. 아주 익숙한 장소인 우리 집 주차가 너무 어려웠다. 언덕이 시작하는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할 때 여유공간이 더 필요한데, 앞에 불법 주정차가 늘 있다. 남편이 주차할 때마다 신고를 하내마내 하는 걸 막아선 게 후회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10분 이상 주차 시도를 하다 겨우 주차를 했다. 나중에 주차된 차를 본 남편이 싱긋 웃으며 차키를 꺼내 나가더라. 

 두번째 운전은 김포에 있는 친구네 집 방문이었다. 첫 번째 운전이 주차 빼고는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그런데 웬걸 첫 번째 보다 더 덜덜 떨리고 힘이 바짝 들어갔다. 더군다나 우리 집에서 김포로 가는 길은 트럭 길이라고 불릴 만큼 트럭이 많았다. 신호등에 걸려 서있으니 앞뒤 좌우가 트럭이어서 깜짝 놀랐다. 톨게이트에서도 하이패스 차선에 못 들어가 현금을 내게 되었는데, 돈을 꺼내다 벽에 박을 뻔했다. 톨게이트 직원과 거리가 멀어 문을 열고 몸을 뺀 후 드렸다. 친구네 집은 아파트라 주차라인에 그럭저럭 주차를 잘했다. 그리고 친구네 집에 들어가 바로 뻗어 누웠다. 우리 집으로 돌아와서도 역시나 주차하는데 한참을 걸려 겨우 했다. 기둥을 박을 뻔, 사람을 박을뻔했고 결국엔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살짝 긁었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올라오며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 한 시간 가량 마음을 진정시킨 후 유튜브로 후진하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긴장해서 그런지 너무 허둥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키를 들고 다시 나가 주차를 다시 했다. 완벽하게 멋지게 하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그 후로는 주차가 무서워 운전하러 나가기 꺼려졌다. 그렇게 약 2주간 운전을 하지 않았다.

 세번째 운전은 친정집 방문이었다. 친정집은 인천이지만, 가는 길은 매우 익숙해서 해볼 만했다. 다만 온 가족을 싣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살짝씩 잔소리를 섞는 남편이 덜덜 떨며 옆좌석에 앉았지만 뭐라 하는지 잘 안 들리는 초보라 괜찮았다. 아주 긴 시간을 운전한 것 같은데, 살짝 시간이 스킵한 느낌도 든다. 친정집 부근에 도착해서는 남편이 주차를 했다. 평행주차를 해야 해서였다. 평행주차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 그 후로는 남편에게 운전을 맡겼다. 세 번씩이나 되는 운전이었지만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것이 너무 긴장되더라. 

 남편이 이번 추석 명절에는 나도 운전할 수 있도록 아이들 등원시키고 운전을 좀 해보란다. 사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뜨거운 차안으로 들어가는 게 마뜩지 않다. 그리고 갈 곳 없이 혼자 궁상떨듯 가는 것도 별로다. 예전에 작은 차하나 사서 전국을 돌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모르겠다. 요즘엔 여행 자체보다는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귀찮으면 죽어야 한다’고 하던데, 점점 그것과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운전을 해보아야겠지. 더 나이가 들어서 하면 매우 어렵다던데. 날 가르쳐주신 강사님이 마지막으로 했던 당부가 생각난다.
”제발 몇 개월 뒤에 다시 연락 와서 연수해달라고 하지 말고, 꼭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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