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40/100 - 100개의 글쓰기] 애플펜슬이 없어졌다.

uchonsuyeon 2019. 7. 29. 17:47

 약 두 달 전에는 리모컨이 없어졌다. 둘째는 유난히 리모컨을 좋아한다.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며 채널을 이상한 곳으로 인도해놓곤 했다. 그러다 리모컨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건만 아무리 싹싹 찾아도 나타나질 않는다. 리모컨 대신 핸드폰 앱으로 겨우겨우 채널을 돌려보게 된 것도 고작 2주일밖에 안되었다. 리모컨이 없으니 한동안은 티븨를 켜고 끄고 밖에 못해서 덜 보긴 했지만, 구매해둔 티븨 프로그램을 못 보니 아쉬웠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애플펜슬이 사라졌다. 어젯밤 큰 아이가 하얗고 긴 애플 펜슬을 가지고 놀길래 '그거 엄마한테 아주 귀중한 거라서, 가지고 놀다 없어지면 때지 때지 열 대는 맞아야 할 거야!'라고 으름장을 두었건만. 싱긋 웃던 딸은 아랑곳 않고 가지고 놀았었다. 별일 있겠냐는 생각이 너무 안일했다. 아침에 일어나 꿈에서 본 멋진 광경을 그리려고 애플 펜슬을 찾아보니 케이스만 있을 뿐 어디에도 없었다. 이건 리모컨 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사건이다. 컴퓨터로 그리기 어려운 급한 그림들을 그려재끼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침 친구가 놀러오기에 청소 겸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큰 아이에게 애플 펜슬을 찾아보라고 하니 '엄마, 나는 잘 못 찾잖아요.'와 ' 엄마, 저기 바닥 구석 밑에 들어간 거 아닐까요?' 같은 댓구만 돌아왔다. 큰 아이는 찾을 생각이 전혀 없이 그저 앉아서 방실 웃으며 저런 대답만 할 뿐이다. '때지'를 하겠다는 소리에 엉덩이만 감춰 돌아서 도망가버렸다. 놀러 온 친구와 함께 다시 한번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없다. 

 아하.. 통재라... 어찌하면 좋겠단 말이냐. 

 아직 돈귀한 줄 모르나 보다. '애플스토어에 뛰어가서 펜슬을 사 와야지. 새로 나온 걸로? 아니 이럴 거면 아이패드도 새 걸로?'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답답하다. 핸드폰 없는 것만큼 답답하다. 아니 그 보다 더 답답하다. 어쩐담. 우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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