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91

[94/100 - 100개의 글쓰기] 남편이 애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어.

어제도 내내 바빠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내 뒤 소파에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아니 왜 직장상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인 건지. 나는 조금 산만하게 일하는 편이라, 일을 하면서 드라마를 켜놓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또 뭔가 다른 일도 한다. 이렇게 글도 쓰고. 일할 때 작업하는 파일들도 죄다 펼쳐놓고 다 함께 다독이듯 함께 작업한다. 그래 보기에 엄청 산만하고 멀티태스킹 하는 것 같지. 그림은 괜찮은지 보려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보아야 한다.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다 보면 객관화된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이 급할 때는 파일들을 죄다 열어놓고 순서대로 이것저것 손대며 일하는 것이다. 그래, 자기 합리화 일수도 있겠지. ㅋㅋ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뒤에서 쳐다보니 어찌나 긴장되는지...

[93/100 - 100개의 글쓰기] 남녀공학 중학교

중학교는 남녀공학을 나왔다. 신설학교였어서 매우 휑한 곳에서 휑한 학교였다. 체육복은 학년별로 색이 달라서 체육복만 보아도 선후배를 알 수 있었다. 남녀공학이 흔하진 않았기 때문에 종종 남녀공학에 대해 질문을 받곤 했다. - 남녀공학 어때? - 음, 고등학교라면 모를까, 중학교 남녀공학은 철저하게 남자에 대한 환상을 깨주는 곳이지. 확실히 중학교정도 되면 여자들이 더 성숙한 편이라 남자애들이 한참 어린애로 보인다. 하는 행동이나 말들이 초등학교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자애들은 벌써 성숙함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더욱 남자애들이 어리게 보인다. 초등학교 때 하는 장난을 이어하던 애들이 많았다. 실제로 남자들의 사춘기도 여자보다 늦게 오기 때문에 딱 이 나이 때에서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확실히 깨진다..

[93/100 -100개의 글쓰기] 데굴데굴 데구르르

아이가 데굴거리며 굴러온다. 아침 기지개를 하고 뻗뻗하게 굳은 몸으로 데굴데굴 굴러와 내 가슴팍에 안겼다. 이내 긴장이 풀린 몸으로 폭안겨 늘어진다. 두눈은 지긋이 감은채 깼지만 모른척 엄마품에 안겨 늘어지는 모습이 귀엽다. 고양이 같은 녀석이라 부르면 도망가고 바쁘면 앵겨붙는다. 이럴때 엄마의 공격이 필요하다. 볼과 입술에 뽀뽀를 해주고 배에 방귀바람을 넣어준다. '푸르르르르~' 까르르륵 웃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떼었다 감는다. '까꿍'소리에 까르르르 다시 웃고는 얼굴을 이불속으로 박는다. '까꿍' 소리에 맞춰 얼굴을 들었다 묻었다는 반복하며 잠깨기 놀이를 마친다. 큰 아이도 곧 눈을 뜨고 온몸으로 깨어났음을 알리며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의 작은 장난에도 즐거이 웃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큰딸과도 타조숨..

[92/100 - 100개의 글쓰기] 모기의 삶

가을이 성큼 다가올 즈음이 되면 비리비리한 모기님들이 극성을 부린다. 집안에 갇힌 두세 마리의 모기님들이 활보하며 내 다리도 물고 아이 볼도 물었다. 한밤중에 '윙'거리는 소리가 이명인가 했더니 정말 모기였다. 1층에 내려둔 검은 쌍둥이 유모차엔 늘 모기들이 잠을 자고 있다. 아이들 태우기 전에 탈탈 털어줘야 한다. 모기는 참 무섭다. 문득 얼마전, 그래 한 여름인데 얼마 전, 집에 들어온 똥파리 한 마리가 생각났다. 원래는 두 마리가 들어왔는데, 한 마리는 어찌어찌 무자비하게 잡아 죽였지만, 한마디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날쌘돌이가 되어 영 잡기 쉽지 않았다. 음식물쓰레기 등이 널려있는 주방이지만 뭔 일인지 최근에 밀봉되는 쓰레기봉투로 바꾸었고, 원래 음식이 없어서 그런지 파리가 다가오는 기미는 느..

[91/100 - 100개의 글쓰기] 읽으려고 작정했던 책을 펼쳐들었다

읽으려고 작정하고 늘 책상 위에 두던 책을 꺼내 가방에 담았다. 지하철로 이동할 예정이라, 이동 중 읽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려다 몹시 당황했다. 책 갈무리가 여러 곳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헌책을 구입했는지 잠시 생각했다.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구입한 책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이도 갈무리를 했단 말인가. 문득 책을 열심히 읽어 내려가며 열심히 구석을 접던 내가 생각났다. 이렇게 훌륭한 책이라니~!를 연신 내뱉으며 많이도 접었다. 그 접었던 나는 기억나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통 두 세권을 번갈아 읽는데, 최근에 읽었던 두 권의 책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어서 그전에 읽었던 이 책에 대해 까맣게 잊었나 보다. 보통 책을 줄을 긋거나 ..

[90/100 - 100개의 글쓰기] 가을바람을 묻혀왔다.

가을바람을 옷자락에 묻혀왔다. 아직 밖의 온도는 여름과 흡사하고 선풍기 없이는 땀이 주룩 흐를 정도다. 여름의 긴 원피스를 꺼내 입고 아이들을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등원시켰다. 알싸하게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고 잰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원피스를 들어 올리니 원피스에서 낯선 냄새가 퍼졌다. 근래에는 맡아본 적이 없는 가을바람 냄새였다. 날선듯 포근한 기운을 품고 있는 냄새다. 그저 가을바람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신선한 바람 냄새가 옷에서 날리 없잖아. 바람 냄새만큼 새하면서 몽환적인 냄새는 없는 것 같다. 바람 냄새를 맡다 보면 정신이 어느덧 다른 세상으로 간 느낌이다. 술에 취한 것과 흡사하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태풍의 바람을 타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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